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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바김의 기록

경매노트 6. 잔금 낼 때 후회 안 할 거냐?

by rava-kim-auction 2025. 12. 2.

법원 경매 사건의 토지와 건물 관계를 검토하며 잔금 납부 여부를 고민하는 투자자의 모습

 

 

경매를 조금 오래 하다 보면 이런 말을 자주 듣습니다. “낙찰 때보다 잔금 낼 때가 더 무섭다.” 저 역시 처음 낙찰을 받고 잔금을 앞두고 며칠씩 잠을 설친 적이 있습니다. 이 물건이 과연 내 편이 될지, 아니면 평생 두고두고 후회할 선택이 될지, 이미 법원에서는 망치가 한 번 내려간 뒤니까요.

그래서 저는 경매 물건을 볼 때, 특히 잔금 납부를 앞두고 있는 물건일수록 몇 가지 기준을 꼭 다시 확인합니다. 오늘은 그중 일부를 실제 사건(예: 2021타경 21889(1), 2012타경 1246(8) 등)을 떠올리며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경매 책에서는 잘 다루지 않는, 실전에서 몸으로 느낀 기준들입니다.

 

1️⃣ 토지·건물 소유자가 누구인가? 관계부터 따져본다

2021타경 21889(1) 같은 사건을 볼 때 저는 먼저 “정○○과 이○○의 관계가 무엇인가?”부터 확인합니다. 단순히 이름이 다르니까 남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실제로는 어떤 관계인지 하나씩 짚어 보는 겁니다.

부자 관계인지, 형제인지, 완전히 남인지, 그리고 토지와 건물이 같은 소유자였던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는지를 살펴봅니다. 이 과정에서 “집을 지키려는 의지가 얼마나 강한가?”도 같이 보게 됩니다. 과거에 한 사람에게 토지와 건물이 묶여 있다가 증여·매매로 갈라진 경우에는 대체로 지키려는 의지가 강한 편입니다.

반대로 토지와 건물이 처음부터 전혀 다른 사람 이름으로 되어 있고, 가족관계도 아니라면 얘기가 조금 달라집니다. 토지·건물이 같은 소유자였던 적이 한 번도 없다면 법정지상권이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소송에서는 오히려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습니다. 이런 점을 미리 알고 들어가면, 나중에 분쟁이 생겼을 때 마음이 훨씬 편해집니다.

2️⃣ 지료가 얼마나 나오는가? “이 물건이 나를 먹여 살릴 수 있는가”

경매 물건을 볼 때 저는 항상 이렇게 자문합니다. “이 물건이 지료(월세와 비슷한 개념)만으로도 버틸 수 있는가?” 단순히 싸게 샀다는 만족감만으로는 오래 버티기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2012타경 1246(8) 사건을 보겠습니다. 감정가는 약 1억 500만 원, 최저 입찰가는 약 5,100만 원이었는데, 지료가 월 30만~40만 원 정도 나오는 구조였습니다. 이런 물건은 지료만 받아도 어느 정도 수지가 맞기 때문에, “재고 말고 할 이유”보다 “재고 말고할 이유가 없다”에 가까운 물건입니다.

결국 잔금 낼 때 후회하지 않으려면, 이 물건이 내 인생에서 차지할 비중을 먼저 가늠해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단순히 감정가와 낙찰가만 보는 것이 아니라, “이 물건에서 나올 지료로 어느 정도까지 방어가 되는가?”를 숫자로 한 번쯤 적어보면 생각이 훨씬 정리됩니다.

 

3️⃣ 우선매수 예정 물건은 오히려 ‘최저가격’을 낮춰준다

경매를 조금 해보면, 우선매수가 들어올 가능성이 있는 물건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공유지분자, 법정지상권자, 지상권자 등이 우선매수권을 가지는 경우입니다.

이런 물건은 겉으로 보기에는 “어차피 우선매수로 뺏길 수 있으니 피해야 하는 물건”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최저가격을 낮춰주는 역할을 할 때가 많습니다. 입찰자들 입장에서는 “어차피 우선매수로 가져갈 수 있는데 가격을 굳이 높게 쓸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입찰 경쟁이 과열되지 않고, 생각보다 낮은 가격에 낙찰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또한, 저는 이렇게 합니다. 입찰 전에는 반드시 “얼마까지 쓸 것인가”를 답사 전에 정해두고, 제가 예정한 낙찰가가 그 물건의 실제 가치와 맞는지를 미리 비교해 봅니다. 그래야 경매장에서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잔금 낼 때도 덜 흔들립니다.

4️⃣ 유치권을 주장하는 물건, “지키려는 의지”의 신호로 봐라

실전에서는 유치권을 주장하는 물건도 많이 마주치게 됩니다. 공사비를 못 받았다, 수리비가 얼마다 하면서 현수막을 내걸기도 합니다. 일반적인 인상은 “복잡한 물건이니 피하자”지만, 저는 조금 다르게 봅니다.

대체로 유치권을 주장하는 경우는 이 집을 끝까지 지키고 싶어 하는 의지가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공사 내역이 실제인지, 시점이 맞는지, 금액이 과장된 것은 아닌지 차분히 따져볼 필요는 있지만, 무조건 피해야 할 신호는 아니라는 점도 함께 기억해 두면 좋겠습니다.

5️⃣ 2,000만 원 이하 소송과 철거소송 실무 팁

경매를 하다 보면 크든 작든 분쟁이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서 하나 기억해 둘 만한 기준이 있습니다. 분쟁 금액이 2,000만 원 이하인 소송은 상대방이 제대로 대응하지 않으면 무변론으로 판결이 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간과 비용에 비해 상대적으로 빨리 끝나는 편입니다.

또 하나, 철거소송을 제기할 때의 팁입니다. 소장에 처음부터 “법정지상권이 없다”는 논쟁을 길게 쓰기보다는, “내 토지 위의 건물을 철거하고, 토지를 인도하라”고 청구하는 방식이 더 깔끔합니다. 불필요한 논쟁을 스스로 끌어들이기보다, 내가 원하는 결과를 명확하게 적어두는 것이 오히려 판결에도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6️⃣ 법정지상권, 초보자가 기억할 세 가지만

법정지상권은 초보자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개념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실전에서는 다음 세 가지만 기억해도 큰 도움이 됩니다.

① 토지와 건물 소유자가 다르면 인정되지 않는다

가장 기본적인 기준입니다. 토지와 건물의 소유자가 다른 구조에서는 법정지상권이 쉽게 성립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과거에 한 번이라도 같은 소유자였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② 자기 땅에 저당권 설정 후, 그 이후에 건물을 지으면?

자신의 토지에 먼저 저당권을 설정해 놓고, 그 이후에 건물을 신축하는 구조에서는 법정지상권이 인정되지 않습니다. 말 그대로 본인이 만든 구조이기 때문에, 보호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③ 가족관계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예를 들어 2014타경 18561 사건처럼, 아버지 땅 위에 아들이 집을 지은 경우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가족끼리라서 특별히 보호될 것 같지만, 토지와 건물 소유자가 다르면 법정지상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원칙은 그대로 적용됩니다. “가족이니까 괜찮겠지”라는 생각으로 들어갔다가 당황하는 경우도 의외로 많습니다.

7️⃣ 지료 청구의 핵심 — 감정가가 아니라 시세 기준으로

토지 경매를 통해 지료를 받는 구조라면, 지료 청구 방식도 중요합니다. 여기서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감정가를 기준으로 지료를 계산하는 것”입니다. 감정가는 말 그대로 평가 시점의 참고값일 뿐, 실제 시장에서 형성되는 시세와는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지료를 청구할 때는 보통 다음과 같이 정리해 쓰는 것이 좋습니다. 첫째, 평을 평방미터로 환산하고, 둘째, 감정가가 아니라 주변 시세를 기준으로 금액을 산정하고, 셋째, 건물과 부속토지를 구분하여 지료를 청구하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써주면 지료가 더 현실에 맞게, 그리고 조금 더 높게 인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8️⃣ 현장 합의와 판결 사이, 약자의 마음을 이해해야 하는 이유

이런 경우도 있습니다. 낙찰자가 현장을 방문해 거주자에게 “월 15만 원을 내고 계속 거주하시겠습니까?”라고 제안하고, 거주자가 두려운 마음에 일단 승낙을 하는 상황입니다. 이후 소송에서 그 15만 원이 그대로 지료로 인정되는 판결이 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막상 현장에서의 합의는 거주자의 입장에서 보면 두렵고, 약자의 입장입니다. 당장 쫓겨날지도 모른다는 불안 속에서 서명하거나 구두로 합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판결문에는 그 합의 내용이 그대로 반영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숫자와 법리만 보는 경매보다, 사람과 관계를 같이 보는 경매를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잔금 낼 때 후회하지 않으려면, 법과 권리관계뿐 아니라 “이 물건에 얽힌 사람들의 삶”까지 한 번쯤 떠올려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마무리 — 잔금 버튼 누르기 전에 스스로에게 던져볼 질문

경매는 결국 숫자 싸움 같아 보이지만, 조금 더 들어가 보면 사람과 시간, 그리고 선택의 기록입니다. 잔금은 그 선택을 확정짓는 마지막 버튼이기도 합니다. 저는 잔금일이 다가오면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 봅니다.

“이 물건은 정말 내가 감당할 수 있는가?”
“소유관계, 법정지상권, 지료, 우선매수, 분쟁 가능성까지 한 번은 점검했는가?”
“오늘 이 판단을 1년 뒤에 떠올렸을 때 후회하지 않을 수 있는가?”

이 질문에 스스로 “그래, 그래도 감당할 수 있다”라는 답이 나온다면, 설령 과정이 조금 힘들어도 나중에 돌아봤을 때 후회는 덜 합니다. 오늘의 경매노트가, 잔금 납부를 앞두고 있는 분들께 작은 점검표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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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 경매노트, 부동산경매, 법정지상권, 지료, 우선매수, 유치권, 철거소송, 토지경매, 경매실전, 라바김옥션